케이머스 까베르네 소비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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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NNT_034 – 케이머스 까베르네 소비뇽

와인 생활 시작하고, 34번째로 마셨던 와인


와인 사진 – 라벨 / 잔 / 비비노

케이머스 까베르네 소비뇽
케이머스 까베르네 소비뇽 비비노 평가

노트 – 2020년 8월 2일 (2018 빈티지)

케이머스 나파밸리 까베르네 소비뇽 2018. 와인앤모어 14만원대.

아주 진한 보라빛이고 엄청나게 부드럽다. 대부분의 레드 와인이 낮은 당도라고 되어 있는데, 모스카토 같은 달콤한 화이트 와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거지 이 와인 자체는 과일의 단맛이 살아있다. 산도나 탄닌도 튀지 않고 맛있게 밸런스가 잘 잡혀있다.

그런데. 아니 뭐 다 좋은데 이게 15만원이라고? 맛의 본질, 스펙트럼은 다른 까베르네 소비뇽과 비슷하다. 과일 뉘앙스가 훨씬 풍부하고 아주 부드럽다는 차이가 있지만, 이 정도 비용까지 지불할 정도인가 싶다.

그래서 얼마 전에 아주 맛있게 먹어서 또 구매해 둔 1000스토리 까베르네 소비뇽을 비교할 겸 오픈 했다. 케이머스가 비단 이불처럼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느낌이라면, 3만원짜리 1000스토리 까베르네 소비뇽은 약간 꺼끌거리면서도 몸에 닿는 느낌이 좋은 시원한 그런 이불 같다.

그러다가 잔 브리딩 한다고 케이머스는 한참 놔두고, 3만원짜리만 한두잔 마셨더니 그새 입이 적응했다. 1000스토리 까베르네 소비뇽도 꽤 부드럽게 느껴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기분 낼 때나 한번 먹을만하지, 한 5만원 이하 와인 서너병 먹는 게 더 만족스럽겠다.

뭔가 엄청나게 다를 거라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예상보다 차이가 덜해서 좀 김이 샌다.


노트 – 2023년 8월 12일 (2020 빈티지)

케이머스 나파밸리 까베르네 소비뇽 2020. 와인앤모어 15만원대.

나름 고가에 유명한 와인이라 테크시트 보면서 공부 하려고 했더니, 문서가 없다. 양조 방법이나 오크통은 뭘 썼는지 얼마나 썼는지, 손 수확한 것인지 등 다른 읽을 거리도 없다. 온통 가족 이야기. 지금 당장 그걸 본다고 내가 아는 건 아니지만, 나파밸리 공부할 때 참고하려고 했는데. 내가 못 찾은 건가? 만약 그렇다면 한 시간 넘게 사이트를 뒤적거렸는데 못 찾았으면 그것대로 문제 아닌가?

  • 7시 냉장실 -> 8시 오픈 -> 10시 시음시작
  • 잘토 보르도 잔으로 시작했는데, 스월링하면 코가 약간 시큰하다. 비교 삼아 리델 베리타스 보르도 잔에도 따랐다. 둘 다 다른 느낌으로 괜찮다. 잘토 보르도는 향을 좀 퍼뜨려서 멀리서 맡는 느낌이다. 리델 베리타스 보르도는 응축된 향을 가까이서 맡는 느낌이다. 근데 리델은 향이 너무 뭉쳐서 잘 분간이 안 된다. 잘토 보르도로 마셔야겠다.

3년만에 생일 와인으로 케이머스를 꺼냈다. 처음 마셨을 때도 와 이거 좋은 거 맞나? 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의 내가 틀렸길 바라면서 오랜만에 한번 마셔보자.

[눈]

보라 빛을 띄는 딥-루비. 코어는 스템을 잡은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다. 얼마 안 된 빈티지라서 색에서 힘이 넘친다(=색이 찐하고 보라색이 잘 느껴진다). 당연히 노란 빛도 일절 없다. 그런 뉘앙스도 없다.
스월링하면 색이 잘 묻어난다. 레그가 보라색이다. 끈적하고 두툼하게 잡히는 걸 보니 14도가 넘나 보다. 정답. 14.4도.

[코]

스월링 하지 않고 5분 이상 가만히 두었던 잔의 향을 맡았다. 지난 1시간 동안 와이너리 페이지 뒤적거리며, 스월링도 하고, 한두 모금 마시기도 하면서 잔 안쪽 높은 곳 까지 묻었다가 마른 와인 방울 조각에서 진득하게 잘 익은 검은 과일이 느껴진다. 그 외에 차분하게 가라앉은 와인에서 뿜어져 올라오는 향은 오크 숙성에 의한 것들이 주요한 것 같다. 오크 뉘앙스의 향이 더 잘 휘발되나?

엇, 갑자기 스월링 해도 향이 잘 안 난다. 10분 전에는 괜찮았던 것 같은데. 잘토와 리델 보르도 두 잔 모두 그렇다. 그래서 피닉스 보르도를 꺼냈다. 조금 응축 되긴 했는데, 그래도 비슷하다.

한잔 마시면서 느낌을 적고 나니 코가 풀렸다. 잠깐 과부하가 왔나보다.

[입]

와인 따른지 2시간 지난 잘토 잔을 한 모금 마셨다. 처음에도 이랬나? 산도가 꽤 집중적으로 느껴진다. 침샘이 반응하는 것은 아닌데, 와인 전반에 산도가 스며들어 있어서 루즈 하지 않다.

그리고 과육도 꽤 크다. 자두다. 생그러운 자두 아니고, 잘 익은 자두도 아니다. 살아있는 느낌의 단맛이 아니다(산도가 적어서 인 듯). 그렇다면 졸인 뉘앙스 이거나 말린 뉘앙스 중 하나 인데, 나는 말린 것 같다. 말린 자두.

왜? 졸인 것은 그래도 수분이 꽤 있는 것으로 연상 되는데, 말린 것은 수분이 증발한 거니까? 지금 팔렛은 과일 뉘앙스에서 주는 촉촉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리고 자두는 핵과일 인데 씨 근처에서 날만한 신맛은 느껴지지 않는다.

단맛이 꽤 있다. 삼키고 나서 혀 안쪽 좌우에 달달함이 남아 있는데, 그 뉘앙스가 초콜렛을 입안에서 녹여 먹고 삼킨 뒤의 그것과 같다. 당도와 탄닌이 높아서 그런 뉘앙스가 오는 것 같다. 중간 이하로 보이는 산도가 지금보다 높았다면 초콜릿 뉘앙스를 또 다르게 변형 시켰을 것이다.

탄닌은 신기하다. 입안 골고루 잔잔한 자글거림이 번지지만 그렇다고 강한 꺼끌 거림은 없다. 근데 혓바닥에 이물질이 만들어진다.

[의식의 흐름]

잘토 보르도 잔을 완전히 비우고 다시 한 잔을 채웠다. 직전에 2개 잔에 연속으로 병에서 브리딩 된 부분을 쏟아냈더니, 이번 잘토 잔 차례에서 브리딩 안 된 부분이 나온 것 같다. 이거 참 표현은 잘 안되는데, 내가 리덕션이라고 생각했을 법한 향(스월링을 너무 쎄게 너무 많이 했을 때 나는 향 같기도 하다)이 나고 알콜도 그동안과 다르다. 너무 강하게 온다.

비싼 와인이라서 최대한 많은 정보, 경험을 뽑아 먹으려고 하는데, 좋은 향이 나지 않는다.

맛은? 자꾸 비교해서 미안한데, 최근에 마신 1000스토리 까베르네 소비뇽과 엄청나게 큰 차이가 있나? 할인 전 기준으로 그건 3만원대, 이건 10만원 중반 인데? 거의 4~5배 차이다. 내가 볼 땐 마케팅과 라벨 디자인의 승리인 것 같다. 내가 이걸 산 것도 모든 와인을 최소한 두 번은 마시고 결론 내리자는 주의라서 산 것도 있지만, 그때 할인도 꽤 많이 되었고, 일단 케이머스 유명세에다 라벨도 솔직히 내 취향이다. 멋지긴 해. 음.

환장하겠네, 향이 안 난다. 온도를 너무 낮췄나? 그렇지는 않다. 살짝 시원한 기운이 있어서 팔렛에서는 아주 좋다.

그럼 케이머스 까베르네 소비뇽의 제목을 뽑자면?
향은 별로지만, 맛에서는 대만족! <- 1000스토리 까베르네 소비뇽과 똑같네 하하

그러고 보니까 피망 같은 까베르네 소비뇽 그 특유의 뉘앙스가 거의 없다. 지금까지 3시간 동안 전혀 인지 못하다가, 잘토 잔에 와인이 아주 조금 남은 상태에서 향을 맡다가 갑자기 번뜩 떠올랐다. 향에서 힌트가 온 것 같다. 의식하고 맡으면 조금 뉘앙스가 느껴진다. 혹시 모르지, 느껴진다고 생각해서 느껴지게 된 것 일지도.

와 달달한 탕수육 소스와 이 와인이 섞이니까 약과 맛이 난다. 신기하네. 와인의 오크 캐릭터가 한약재 같은 약과의 뉘앙스를 표현하는 것 같다.

아무튼 지난 3시간 동안 내가 한 것은,
코로 흐~읍 -> 아 향이 왜 잘 안 나지, 조금 나긴 하는데 크게 좋지는 않네… -> 맛을 보고 -> 와 엄청 달달하네 온도 낮춰서 다행이다. 맛은 또 아주 좋네. -> 아 왜 향이 안나지 -> 반복

그럼 나는 이 와인에 무엇을 바랬을까? 복합적인 것은 바라지도 않았다. 풍부한 과실향, 최소 1가지(아마도 블랙베리)는 명확하게 뇌리에 새기고 싶었다. But 실패.

아니 진짜 엊그제 마신 로쉐마제 까베르네 소비뇽은 내가 감탄하면서 마셨다. 와 1만원짜리가 어떻게 이 정도로 와인 다운 맛을 내지? 라며. 물론, 향도 맛도 절대치로 놓고 보면 당연히 로쉐마제가 상대도 안 되겠지만 가성비 라는게 있으니까.

키보드에 손을 놓고, 다시 한 모금을 마셨는데 갑자기 든 생각. 이거 메를로라고 해도 믿겠는데? 낮은 탄닌과 산도, 풍부한 검은 과일의 팔렛, 그리고 그런 특성들이 모여 만들어 내는 초콜릿 뉘앙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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