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마시는 방법 6단계 – 구매부터 뒷정리까지


와인은 정말 맛있고 매력적인 술 입니다. 하지만 여러 선입견 때문에 와인 마시는 방법이 너무 어려워 보입니다.

알아야 할 것도 많고, 격식이 필요할 것 같고, 다른 이들이 느끼는 향과 맛을 느끼지 못하면 안 될 것 같고.

술을 아주 좋아하는 저도 같은 생각을 했었기에, 어쩌다 위스키는 마셔도 와인은 손을 대지 못 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접한 와인을 수년째 마시다 보니, 이건 정말 사랑스러운 술 입니다. 향기롭고 맛있습니다.

와인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성장해 오면서 수많은 이들이 사랑한 술 입니다. 어지간한 매력으로는 기나긴 역사에서 살아남기 어려웠을 겁니다.

와인을 마셔보기로 작정한 그 첫 시점에, 기껏 마음먹었더니 와인은 어디서 파는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또 코르크는 어떻게 열어야 할지, 한두 푼 하는 것도 아닌데 제대로 마시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구매하기도 전에 먼저 알아두어야 할 게 많아서 버겁게 느껴진 것도 사실입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와인 마시는 방법이 그렇게 어려운 것일까?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그날 하루의 피곤을 푸는데 향과 맛으로 위로를 받고 싶은 분이라면 와인을 강력 추천합니다.

주제와 어울리지는 않지만, 높은 도수의 알코올을 원하신다면 전통소주도 정말 좋습니다. 발효주가 취향이라면 잘 만든 막걸리도 추천합니다. 마트에 있는 막걸리 중에서 2천원 후반대 이상 제품을 고르시면 무엇이든 맛있을 겁니다.

어쨌거나 이런 저런 검색을 하며 여기까지 와주신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시행착오를 거치며 수정해 왔던 제 나름의 와인 마시는 방법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와인 생활을 위해 알아두어야 할 6단계

  1. 코르크 열기 : 와인 마시는 방법의 첫 번째 고난이도 미션 등장
  2. 와인잔 : 2개들이 2만원 대 제품이면 시작용으로 충분합니다.
  3. 와인 마시는 순서 : 색 -> 향 -> 맛 -> 여운
  4. 안주 : 양념이 세지 않은 고기류 음식이 저는 가장 좋았습니다.
  5. 뒷정리 : 다 먹었으면 치워야죠?

와인생활 준비물 요약

* 준비물 : 와인 / 와인오프너 / 와인잔 / 린넨 클리너(수건, 잔 닦기)

* 시음 요령 : 색을 보고, 향을 맡고, 맛을 음미하고, 여운을 느낍니다.

* 간편 안주 : 냉동만두, 에어프라이어 치킨, 편의점 족발, 남은 피자 등

와인 마시는 방법
와인 생활 준비물 (와인 / 글래스 / 오프너 / 린넨클리너)

와인 구매 : 일단 편의점으로 갑니다.

요즘은 어떤 편의점이라도 꽤 잘 팔리는 와인을 비치 해 놓고 있습니다.

대기업 수입사인 신세계L&B 계열의 이마트24가 선택지를 넓혀 줍니다 만, 다른 편의점도 즐기기에 충분한 와인을 취급하고 있습니다.

편의점 하나만 언급하면 좀 그러니까, 제 단골은 집과 가까운 것도 있지만 애정하는 트라피체 말벡을 볼 수 있는 GS25 입니다. 하지만 또 다른 애정 와인인 꼬뜨 뒤 론을 보려면 제 주변에서는 이마트24에 가야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개인 취향은 차차 알아가도록 하고, 첫 와인이라면 편의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호주 쉬라즈(Shiraz)’ 품종을 추천합니다. 풍부한 과실 향과 달달한 묵직함이 있습니다.처음 와인을 드신다면 어색할 수 있는 탄닌(떫은맛)과 산도(신맛)는 중간 정도 이며, 가격도 1~2만원대여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 입니다.

진입 장벽을 낮추고자 큰 의미 없이 하나만 짚자면 ‘옐로우 테일 쉬라즈’가 있습니다.

옐로우테일 쉬라즈 와인노트(시음기록)


와인 구매와 보관에 대한 다른 게시물 링크


코르크 열기 : 와인 마시는 방법첫 번째 고난이도 미션 등장

와인의 향과 맛이 어렵고 어쩌고를 떠나서, 일단 코르크 마개를 열어야 맛을 보든 할 텐 데… 처음부터 막막합니다.

이럴 때 사용하는 도구를 ‘와인 오프너’라고 하며, 2가지 용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코르크를 덮고 있는 호일을 칼로 벗기고, 스크류와 지렛대를 이용해 코르크 마개를 뽑아냅니다. 사용법은 유튜브에 ‘와인 오프너’를 검색해 보시면 많이 나옵니다.

제가 도움 받은 오프너 사용법 유튜브 영상 링크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단순한 2가지 기능을 위해 비싼 제품을 살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비싼 와인 잔을 사면서 사은품으로 받은 풀텍스 사의 기본 오프너 1만원 대 제품을 1년 넘게 만족하면서 사용했습니다. 그러다 제가 받은 제품만 이상했던 것 같은데, 칼날이 무뎌 호일이 잘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1~2만원대 ‘빈토리오 와인 오프너’를 구매해서 잘 사용 중 입니다. 나중에서야 터득한 건데 혹시 칼날에 문제가 있다면, 가장 뾰족한 칼날 끝으로 호일을 자르면 됩니다.

요즘은 코르크 대신 스크류캡으로 된 와인도 많아서 도구 없이 손으로 쉽게 돌려 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스크류캡이라고 저렴한 와인 취급 받던 시절도 지나갔습니다. 호주나 뉴질랜드 같은 곳에서는 스크류캡이지만 좋은 와인이 많습니다.


와인잔 : 2개들이 2만원 대 제품이면 시작용으로 충분합니다.

저의 첫 와인잔은 슈피겔라우 보르도 잔이었습니다. 2개들이 2만원대 제품이었고 1년 가까이 만족하며 사용했습니다. 나중에 더 좋은 잔을 사더라도, 저렴하고 튼튼한 이 잔은 손님 접대용이나 캠핑용으로 사용하시면 됩니다.

제가 현재 정착한 잔은 ‘리델의 머신메이드’ 제품군입니다. 별다른 이유 없이 디자인이 클래식하고 예뻐서 베리타스 제품군을 선택했습니다. 그중에서도 까베르네(보르도) 잔을 메인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와인을 잔에 따를 때는 와인 병의 바닥 쪽을 잡고 기울이는 게 무게 중심이 잘 맞아서 더 쉽습니다. 그리고 잔에 가장 볼록한 부분을 넘지 않도록 따릅니다. ‘이거 잔 크기에 비해 너무 적은 거 아닌가?’ 생각이 드는 바로 그 지점 입니다. 스월링(와인이 담긴 잔을 빙글빙글 돌리는 행위)을 해보시면 원활하게 잘 돌아가는 지점이 있습니다. 너무 많이 따르면 와인이 잔 밖으로 튀어 나가기도 합니다.

2023년 8월 메모
요즘 가장 많이 사용하는 잔은 [소피앤왈드 피닉스 보르도와 버건디] 입니다. 잔 입구가 좁아서 향을 잘 모아 줍니다. 특히 보르도 잔은 향이 약한 저가 레드 와인들과 향이 풍부한 화이트 와인을 마시기에 아주 좋습니다.
리델 베리타스 까베르네 잔은 입구가 넓고 볼 부분이 크지 않아서 향이 약한 와인을 마시기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와인 마시는 순서 : 색 -> 향 -> 맛 -> 여운

와인 시음의 첫 단계로, 잔에 따른 와인을 기울여 색을 봅니다. 포도 만으로 만든 이 향긋한 액체를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다음으로, 잔을 돌립니다. 와인이 와인 잔 안쪽 표면을 따라 안정적으로 돌 수 있게 여러모로 손목을 움직이며 돌려 봅니다. 이를 ‘스월링’ 이라고 합니다. 잔 안쪽에 넓게 묻은 와인에서 향 성분이 피어올라 좁은 입구로 모여듭니다. 이 향을 맡아보는 것입니다.

(레드와인 기준) 새콤한 빨간 과일인지, 묵직하게 단맛이 느껴지는 검은 과일인지, 나무 향이 나는 오크인지, 톡 쏘는 매운맛이나 독특한 향(스파이스, 향신료)은 없는지 등을 떠올려 보시면 됩니다.

[스월링 하는 방법]
영상에서 너무 빨리 돌렸는데, 천천히 3~4번 정도 돌리고 향을 맡으시면 됩니다.

다음은 맛과 여운을 느껴 봅니다.

입안에 와인을 한 모금, 소주 반 잔 정도를 흘려 넣습니다. 와인은 공기와 닿으면서 향을 내기 때문에 입안에 새로운 공기를 계속 주입해 줘야 합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호로록 호로록 소리를 내며 와인을 마시는 모습입니다. 어떤 분들은 가글도 합니다.

이런 행동의 목적은 와인과 산소를 최대한 많이 접촉 시키고, 입 안 모든 세포 곳곳에 와인을 묻혀 와인의 모든 맛을 느끼기 위함입니다. 과일 뉘앙스는 얼마나 있는지, 단맛, 신맛(침샘의 반응) 그리고 잇몸과 혀에 꺼끌거리는 탄닌은 어느 정도인지 느껴봅니다

마지막으로 세 번에 걸쳐 조금씩 삼키면서 와인을 관찰합니다. 다 삼킨 뒤에 입안과 코에서 여운이 몇 초나 남는지, 떠오르는 이미지는 어떠한지 생각해 봅니다. 


안주 : 양념이 세지 않은 고기류 음식이 저는 가장 좋았습니다.

와인 안주로는 역시 고기를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맛있는 고기 베이스의 음식을 몇 입 씹고 와인을 살짝 머금으면 마치 새로운 양념을 첨가한 것처럼 또 다른 맛을 냅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음식과 조합해 보면서 경험치를 늘려가시면 됩니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술과 안주를 생각했을 때, 보통 기름진 삼겹살을 깔끔한 소주로 씻어 내는 서로 반대 성격의 조합을 주로 떠올리지만, 와인은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달콤한 디저트에 스위트 와인, 새콤한 파스타에는 산도가 높은 이탈리아 와인처럼 같은 성격의 안주와 와인을 곁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전자레인지 3분으로 뚝딱 만들어지는 냉동 만두가 맛도 좋고, 가격도 저렴해서 냉장고에 떨어지지 않게 채워둡니다. 더 좋은 것은 에어프라이어 치킨입니다. 맛이 강하지 않고 고기 풍미도 좋아서 자주 먹는 안주입니다. 산도 있는 레드 와인과 함께 먹을 때는 스파게티용 토마토 소스를 뿌리면 이게 또 별미 입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아이들이 저녁밥으로 피자나 치킨을 먹겠다고 하면, (속으로)만세를 외치며 남은 조각은 소포장 해서 안주로 활용합니다. 족발이나 탕수육도 풍미가 강한 신대륙 레드와인과 함께 먹으면 너무 좋습니다.


뒷정리 : 다 먹었으면 치워야죠?

다 마신 와인 잔은 물로 한번 헹궈내고, 물을 담아 다음날까지 싱크대 한쪽에 놓아둡니다. 술이 깬 다음 날에도 와인 잔 닦기 순서는 설거지 가장 마지막 단계 입니다.

잔이 깨질 만한 요소를 모두 없애고 싱크대에는 오로지 와인잔만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세제는 잔에 남으면 맛을 방해하기 때문에 안 쓰는 게 가장 좋다고 합니다.

저는 세제로 닦고 아이들 애기 때 쓰던 젖병 세척 솔로 잔 안쪽을 꼼꼼히 닦습니다.

마무리로 극세사 린넨 클리너를 이용해 물기를 흡수하고 닦아서 장에 넣어 둡니다.

요즘 들어 느낀 건데, 나무로 된 장에 두었더니 그 나무 냄새가 잔에 남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와인을 마시기 전에 잔을 미리 꺼내 놓습니다. 시간을 재보지는 않았지만 와인 브리딩도 해야하니까 한시간 전에 미리 꺼내서 와인을 한잔 따라 놓습니다.

[병 브리딩 관련 게시물 링크]


이렇게 마신 뒤에 와인이 또 생각나면, 포도 품종마다 생산 국가마다 맛과 특징이 많이 다르니까 하나씩 경험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와인 마시는 방법을 알아가는데 조금은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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