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찾고 있을, 내 입맛에 딱 맞는 아주 저렴한 와인. 운 좋게도 저는 와인생활 꽤 초반에 만나게 되었습니다. 여러 와인이 있지만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트라피체 말벡 입니다. 와인 맛을 잘 모르던 초창기에는 내 취향이라는 기준이 서지 않아 외면했던 적도 있었지만, 다양한 와인을 마시면서 점차 와인을 알아가다 보니 이 가격에 이만한 와인 없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 와인 덕에 트라피체 라는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와이너리를 인지하게 되었고, 특히 말벡이라는 품종에 관심을 갖게 된 점이 저에게는 가장 큰 영향이었습니다.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품종을 고르라고 한다면, 무조건 하나는 말벡을 고를 정도니까요. 이유는 오크 계열 보다는 과일 뉘앙스(쥬시함)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1만원대 와인에서 그런 풍부한 맛을 기대할 순 없지만, 다른 일 보면서 기분 좋게 마시기에는 충분합니다.
와인 구매 방법부터 뒷정리까지
와인 생활이 궁금하다면,
‘와인 마시는 방법’ 게시물(링크)을 참고해주세요.
목차
관련 사이트 링크
각 사이트의 ‘트라피체 말벡’ 안내 페이지로 연결되는 링크 입니다.
- 와인21 : https://www.wine21.com/13_search/wine_view.html?Idx=137446
- 수입사 : https://www.keumyang.com/mall/KYDetail.ky?ps_goid=7757
- 와이너리 : https://trapiche.com.ar/comex_new/en/product/alaris-malbec/
- 와이너리 홈페이지에서 이 와인과 같은 라벨을 찾아보니 alaris 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와이너리 및 수입사에서 제공하는 정보
- 출처 : 위 수입사와 와이너리의 상품페이지 내용
생산지 | 아르헨티나 멘도자 |
생산자 (와이너리) | 트라피체 |
품종 | 말벡 |
알코올 도수 | 13도 |
지형 | [수입사] 트라피체 버라이탈 와인은 멘도자 동부지역의 고산지대에 위치한 산타 로사 지역의 재배지에서 생산된 와인 |
테이스팅 노트 | [수입사] 후추향과 함께 잘 익은 과일향의 아로마가 후각을 자극하며, 입안에서 다시 느껴지는 풍부한 과실향이 인상적이다. [와이너리] 자두와 체리 향이 나는 바이올렛 색조의 풍부하고 붉은 색 와인. 트러플과 바닐라의 터치로 입안을 둥글게 만듭니다. A rich, red-colored wine with violet hues, redolent of plums and cherries. Round in the mouth with a touch of truffle and vanilla. |
WNNT_019 – 트라피체 말벡
와인 생활 시작 후, 19번째로 마셨던 와인.
노트 – 2020년 6월 20일 (2019 빈티지)
트라피체 말벡 2019, 이마트 1만원 이하. 아르헨티나의 ‘트라피체’ 라는 와이너리에서 ‘말벡’이라는 포도 품종으로 만든 와인. 탄닌(쓴맛?)이 꽤 있고 과일향 듬뿍. 가성비는 좋으나 내 취향은 아닌 것 같다.
노트 – 2021년 4월 20일 (2020 빈티지)
트라피체 말벡 2020. 와인앤모어 1만원 이하. 와 미친 가성비. 너무 맛있다. 강하지 않은 오크 뉘앙스와 적절한 단맛, 낮은 타닌과 산도. 그야말로 과일주. 그런데 질 낮은 느낌이 전혀 없다. 라벨 가리고 2만원 짜리라고 해도 음~맛있네 하고 먹을 것 같다. 토스티 한 오크 향이 매력적이다.
이 와인과 별개로, 슈피겔라우 보르도 잔과 리델 베리타스 피노 잔을 비교 테이스팅 하고 있는데, 4만원짜리 피노 잔은 오크 뉘앙스가 너무 강조 되어 다른 향이 잘 느껴지지 않는 것 같다. 1만원짜리 슈피겔라우 보르도 잔은 이도 저도 아닌 듯이,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느껴지는 것도 없는 것 같다.
그리고 7만원짜리 잘토 보르도 잔에 옮겨 담았는데, 위 두 경우의 짬뽕 같다. 잘은 모르겠는데 특정 향들이 명확하게 맡아지는 느낌이다. 아~ 분명히 오크 뉘앙스 뒤에 뭔가 과일 아로마가 있는데 내 후각 능력 부족으로 답답하게 닿지 않는다.
정리하면, 저렴한 보르도 잔은 뭔가 향이 나긴 하는데 흥미를 불러 일으키지는 못 했다. 그냥 답답한 느낌. 리델 피노 잔은 오크 뉘앙스가 너무 짙게 난다. 잘토 보르도 잔은, 조금 더 경력이 쌓이면 닿을 법한 여러 향이 느껴진다.
[2023년 3월 메모] 와인 잔에 대한 이야기를 덧붙이자면, 최근 유튜브 비노이스타 채널을 재밌게 보고 있는데 거기서 배운 걸 적용해보자. 보르도, 버건디 이렇게 나눌게 아니라, ‘향을 모으는 잔’과 ‘퍼트리는 잔’이 있고, 얼마나 퍼트리느냐 에 따라 잔의 크기가 또 바뀌기도 한다. 예를 들면, 소피앤왈드 피닉스 보르도 잔은 덜 퍼뜨리면서 향을 모으는 타입인데, 내 기준에서 이 잔은 약간 저렴한(향이 덜 나는) 와인을 담아서 최대한 향을 모아 코로 전달해주는 역할로 인식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반대라고 한다면, 거의 2년간 주력으로 사용했던 리델 베리타스 보르도 잔을 들 수 있겠다. 이 잔은 입구가 넓어서 강한 향을 내는 품종/와인들은 여기에 담는다. 아주 쉽게 순서대로 보자면, (레드와인 기준) 무조건 피닉스 보르도에 담고 -> 향이 답답하면 좀 풀어서 모아 담는 피닉스 버건디로 옮겨 본다. 이도 답답하면(코가 아리면) 리델 베리타스 보르도 잔으로 옮긴다. 와인 잔에 대한 내용은 내가 무슨 잔을 가지고 있느냐 어떤 와인을 마시느냐에 따라 선택 분기가 많으므로 나중에 따로 정리를 해봐야겠다.
노트 – 2023년 3월 6일 (2022 빈티지)
[와인이름]
트라피체 말벡 2022 (제품군은 ‘빈야드’ 인 듯. 와이너리에는 같은 라벨 제품군을 Alaris 라고 구분지어 놓았다)
[시음 정보]
* 사용 잔 : 피닉스 보르도가 향이 조금 답답해서, 피닉스 버건디로 바꿨음. 한결 편해졌다.
* 오픈 및 시음 시작 시간 : 9시 -> 10시
* 안주 : 편의점 프랑크 소시지
[시음 노트]
이 와인을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예전부터 거북했던 ‘어떤 향’이다.
지금 첫 잔을 따라낸 피닉스 보르도 잔에서 그 향이 난다. 그런데 30분 정도 두고 놀다 왔더니 그 좋지 않은 향이 많이 사라졌다. 그런 상태에서 향을 맡으려 킁킁 하다 보니 좀 버겁다(향이 무겁다, 코가 답답하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럴 때 조금 더 큰 잔을 사용해보면 좋은 결과가 있었고 이번에도 역시 그랬다. 피닉스 버건디로 바꾸니 와인 향이 공기와 조금 희석되었다고 할까? 향 맡기가 한결 가벼워지고 편해졌다.
그런데 버건디 잔에 따라낸 두 번째 잔도 앞의 그 거북한 향이 난다. 그래서 디캔터에 옮겨 열바퀴 정도 흔들어 주고 5분 정도 지나서 다시 잔에 따라 향을 맡으니, 그 것이 꽤 사라졌다. 디캔터에 있던 와인을 깔때기를 이용해 다시 병으로 옮겼다.
(리뷰 작성 후 뒤늦게 붙이는 코멘트인데, 차라리 디캔터에서 에어레이션을 좀 더 해서 10분을 채워 볼 걸 그랬다. 다시 병으로 옮긴 와인을 한두 잔 마시고 나니 다시 그 향이 난다. 근데 이거 5분 에어레이션 해서 힘이 좀 빠진 상태에서 맡으니까 오크 쪽 뉘앙스인 것 같다. 표현이 좀 이상한데, 그냥 머리 속에 떠오르는 그대로 얘기하자면 ‘억지 과일’ 같기도 하다. 어어, 오크 태운 냄새? 스모키?)
코에서는 오크가 잘 느껴지지 않는다.(난다며!!) 과일과 밸런스가 어느 정도 맞는 듯 하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잘 맡아보면 둘 다 느껴지는 걸로 보아서 그렇게 생각했다.
향은 베리 쪽 보다는 체리/자두 쪽이다. 색은 검붉다. 근데 베리 vs 체리/자두는 어떻게 구분할까? 베리는 가운데 큰 씨가 없으며 과육은 흐물흐물하다. 체리/자두는 핵과일이고 과육이 베리보다는 여물다?단단하다? 그런 쪽이다. 이게 향에서 감지가 되나? 씨가 있다보니 좀 더 사과산 같은 날카로운 산이 조금 더 있다고 하면 어떨까? 이건 말이 되는 것 같다. 체리/자두는 조금 더 날카로운 산미가 느껴지는 향. 오오 그럴듯하다. 여기가 당도가 덜하면 레드 체리, 더하면 검은체리. 당도의 +-는 산도의 -+와 함께 가는 것일 테다.
산도는 혀 밑 침 샘에서 침이 쭉쭉 나오는 걸 기준으로 한다면 2초 정도로 높지 않고, 입안에서는 약간 맹-하지만 쥬시한 뉘앙스가 잘 나타난다. 가격대가 있다 보니 맛이 응축된 포도를 사용하지 못 했을 것이므로, 수분이 많고 향과 맛의 성분(밀도)도 충분치 않을 것이라 예상되며 그 예상대로의 맛이다. 끝 맛에 바닐라가 남는 걸로 보아 오크 숙성이 조금은 된 것 같다. (오크통은 비싸다던데 뭔 돈으로? 오크칩? 근데 칩이든 통이든 마시는 사람이 구별은 못 하면서 오크뉘앙스를 느끼고 ‘아 좋다~’ 라고 한다면 그게 굳이 잘 못된 것인가? 그런 맛에 불쾌함?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조금 더 가격이 있는 와인을 마시면 될 일 아닌가?) 와인생활 3년이 지나도록 모르겠던 바닐라가 요즘들어 조금씩 느껴지고 있다. 바닐라 맛 아이스크림 같은 밀키한 뉘앙스는 아니고 내 이미지로는 콩껍질 같은 나무느낌이 있는 바닐라 빈의 달콤구수?한 그런 방향이 맞는 것 같다.
스스로는 여전히 와인 입맛이 높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최소한 1만원대에서 만족감을 느낄 시기가 지난 것 같다.
이제 와서 얘기지만, 첫 잔 마실 때 미간이 찌푸려지면서 ‘어? 이거 뭐지?’ 라고 느낄 정도의 불쾌감이 들었다. 한 두 모금 마시다 보니 적응도 했고 공부하려는 목적에 집중하다 보니 잊고 있었는데, 끝 무렵 딴 생각하면서 한 모금 마셨는데 ‘아 그만 마시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와인생활 3년을 함께 보내준 트라피체 빈야드 말벡도 이제 작별인사를 할 시기가 온 것 같다. ‘트라피체’의 ‘말벡’ 중에서 가격을 조금 더 올려봐야겠다. 그동안 고마웠어!
[2023년 3월 메모]
이번 노트 첫 부분에 언급한 ‘좋지 않은 향’은 아마도 ‘리덕션’ 이라고 불리는 현상(?)으로 짐작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해하고 있는 리덕션 이라는 것은, 와인을 발효 및 숙성 할 때 산소를 충분히 공급 받지 못해 산화(미세한 산화는 맛과 향에 긍정적인 역할을 함)하지 못하고 환원된 상태로 병입되고, 이후 잔에 따랐을 때도 미세한 코르크 사이의 산소로는 온전히 회복하지 못해 부정적인 뉘앙스를 주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는, 와인의 전반적인 특징을 과일 뉘앙스에 집중하기 위해 오크통에 넣지 않고, 스테인리스 통과 같은 완전히 밀폐된 곳에서 숙성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리덕션이 있으면 과일뉘앙스가 풍부한 와인일 것이다 라고 미리 짐작할 수도 있나 봅니다.
보통은 병브리딩을 몇시간 정도 하거나, 디캔터에서 10분 내외로 에어래이션 하면 없어진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번 리뷰에서도 느꼈듯이, 마시는 속도가 꽤 빠른 저의 경우 30분~1시간 정도의 병브리딩으로는 (심지어 저렴한 와인인데도) 750ml 풀보틀이 완전히 리덕션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 했습니다. 천천히 마신다면 한잔을 다 마실 동안 그 다음 잔을 채울 정도는 맛과 향을 되찾는 상태가 되고 그렇게 반복해서 병을 비울 때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그래서 리덕션이 있는 와인을 디캔터에 담으면, 넓은 면에서 산소 공급이 진행되므로 한번에 많은 양의 와인이 리덕션 상태에서 점차 벗어날 테지만, 그만큼 산소에 의한 데미지도 강하게 받으므로 미세한 향이 날아간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